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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FC 발렌티노스의 진심 "K리그는 꽤 저평가받고 있다"
작성자주민 작성일20-01-20 14:32 조회수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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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올시즌 끝으로 강원 떠나... "K리그 경기력과 팬 문화는 정말 환상적"

[오마이뉴스 백현철 기자]

우리에게 생소한 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에서 온 선수가 있다. 낯선 동아시아의 한국에 오직 축구만을 위해 발걸음을 내디딘 강원FC의 발렌티노스의 이야기다.
 
발렌티노스는 2017년 K리그1(당시 K리그 클래식) 무대에 복귀한 강원FC의 후방을 책임질 방패로 낙점됐다. 강력한 피지컬과 판단력, 동료를 이끄는 리더십까지 갖춘 발렌티노스에 호평이 이어졌다. 아쉽게도 입단 첫해 십자인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이듬해 완벽하게 부활하며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병수볼' 강원FC의 김병수 감독으로부터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으며 승승장구한 발렌티노스는 지난 여름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 경기에도 강원을 대표해 출전했다. 하지만, 좋은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약속한 계약기간 3년이 지나면서 2019년을 끝으로 강원과 발렌티노스의 동행은 끝을 맺게 됐다.
 
강원FC의 올시즌 마지막 팀 훈련이 열린 지난 11월 29일 강릉 안목해변의 한 카페에서 발렌티노스를 만나 그동안의 소회를 들어봤다.
   

▲ 발렌티노스와의 인터뷰  3년을 지낸 강릉에서 마지막 날 인터뷰를 하는 발렌티노스
ⓒ 백현철


    
- 낯선 한국까지 와서 3년이나 있었습니다.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발렌티노스  : "이전 소속팀 키프로스 AEL 리마솔에 있을 때, 강원FC의 영입 제안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정말 생각조차 못 했던 일이었어요. 제안을 받고 나서 아내에게 바로 가자고 말했습니다. 아내는 조금 충격을 받았죠. 유럽에서 굉장히 먼 한국에서 사는 건 정말 큰 결정이었거든요. 게다가 당시 K리그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기 때문에, 큰 결심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정말 감사하게도 저희는 옳은 선택을 했습니다."
 
- K리그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요?
발렌티노스  : "첫 시즌에 K리그의 수준을 보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수준이 정말 높았고 경기 스피드가 굉장히 빨랐습니다. 이 사실을 키프로스의 친구들에게도 똑같이 전해줬습니다. 90분이 지나고 주심의 휘슬이 불릴 때 모든 선수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어요. 경기에 온 힘을 쏟은 것이죠. 저는 여태까지 축구를 하면서 이런 광경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경기 내내 엎치락뒤치락, 역습과 수비를 하면서 90분 내내 뛰어야만 했죠."
 
- K리그의 응원 문화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발렌티노스  : "팬을 많이 보유한 빅클럽들이 특히 인상이 깊었던 것 같아요. 경기에 직접 뛰었던 선수로서 보자면 수원이나, 인천, 대구 팬들의 응원이 인상 깊었어요. 대구나 인천 경기를 갔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팬들의 함성이 굉장히 크게 울려퍼졌거든요. 이런 응원 문화는 키프로스에서 느끼지 못했던 것들입니다. 키프로스는 팬들이 많지 않은 게 문제거든요. 팬들의 열광적인 함성과 응원은 잊고 있었던 축구에 대한 열정과 동기부여를 다시금 깨어나게 했습니다."
 
- 지난여름 K리그 대표로 유벤투스와 상대한 경기도 있었는데?
발렌티노스  : "유벤투스전은 인생에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최고의 경기였습니다. 축구 선수로서도 충분히 추억할 만한 경기였어요. 물론, 많은 팬들이 저희 팀 K리그를 보러 오신 게 아니라는 걸 압니다. 대부분 유벤투스나 특히 호날두를 보기 위해 오셨잖아요. 하지만, 그런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팬들이 투표를 통해 선수들을 뽑아 주셨고 이런 환상적인 경기의 일원이 됐다는 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 당시 유벤투스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아 논란이 됐습니다.
발렌티노스  : "팬들이 아쉬워할 수밖에 없는 걸 이해 합니다. 그 경기를 위해, 호날두를 보기 위해 많은 비용을 내고 오셨잖아요. 한편으로는 호날두의 불참도 이해는 갑니다. 굉장히 힘든 일정으로 지쳐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팬들에게 좋지 않은 반응을 보여주고 그런 태도를 유지했다는 건 그의 실수라 생각합니다. 호날두는 팬들을 따듯하게 대하지 않았죠. 호날두가 조금이나마 친근하게 대했다면 팬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을 거예요."
 
- 말하는 것처럼 평소 팬에 대해 각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발렌티노스  : "만약 선수들이 팬 서비스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팬이 없다는 축구 선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존재예요. 팬이 없이 경기하면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고 집에 가는 존재일 뿐이죠. 그렇기 때문에 팬들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된다고 봐요. 팬들은 친구들이랑 시간을 보내거나,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것 대신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저희를 보러 오잖아요.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최소한 팬들과 대화를 나누고 농담도 하고 사진도 찍어 드려야 해요. 이 사실은 모든 선수들이 정말 명심해야 합니다. 팬들은 저희를 보러 오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니까요."
 

▲ 강원FC 소속 수비수 발렌티노스  강원FC의 수비수로서 3년 동안 뒷문을 책임졌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 많은 경기를 뛰면서 인상적인 기록도 남겼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을까요?  
발렌티노스  : "단연코 올해 포항과의 경기입니다. (6월 23일, 강원 5-4 포항). 더 대단했던 경기를 본 적이 있나요? 저는 없어요. 그 경기가 인생 최고의 경기였어요. 당시에 역전의 발판이 되는 1골과 1도움을 기록했어요. 그래서 포항과의 경기가 인생 최고의 경기일 수밖에 없죠. 분명히 4점 차이로 지고 있었는데 저희는 따라붙을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어요. 결국 우리는 해냈고 경기를 뒤집었습니다. (웃음)"
 
- 수비수로서 많은 공격수와 싸워야 했습니다.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선수는 누구였나요?
발렌티노스  : "K리그에서 보낸 3년 중 첫 2년은 김신욱 선수를 꼽고 싶어요. 김신욱 선수는 정말 거대합니다. 수비수로서 우리의 강점은 상대와 볼 경합에서 이기고 헤더를 따내는 것인데… 김신욱 선수는 굉장히 커서 상대하기 힘들었죠. 대구의 세징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세징야는 신체적으로 굉장히 강하고 빠르고 결정력도 우수한 선수입니다. 만약 수비수가 세징야 앞에서 실수를 한다면, 바로 골을 허용할 겁니다."
 
- 강원에서 많은 수비수와 호흡을 맞췄습니다. 가장 잘 맞았던 파트너를 꼽아본다면?
발렌티노스  : "김오규 선수요! 이유는 없어요. 김오규 선수는 형제 같아요. 정말 형 같아요. (발렌티노스는 90년생, 김오규는 89년생) 저랑 호흡을 맞춘 지 2년 반 정도가 됐는데 정말 형제 같은 선수입니다. 경기장 안팎에서 늘 도와주는 좋은 파트너입니다."
 
- 아쉽게도 2019년을 끝으로 강원을 떠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함께 해준 동료 선수들에게 인사를 해준다면?
발렌티노스  : "지금, 이 순간 저와 함께 한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모든 분이 제가 한국을 집처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여정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강원의 동료들은 저를 외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으로 대해줬습니다.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축구 선수로서 최고의 커리어를 쌓고 인간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열렬히 응원해준 강원 팬들에게도 마지막 인사를 해줄 수 있나요?
발렌티노스  : "음…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여기에서 지내면서 정말 많은 응원을 받았습니다. 강원 팬들에게 받은 응원은 인생에서 단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올해 마지막 홈경기에서 몇몇 팬들은 제가 떠난다는 사실에 눈물을 보이셨고 저 또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응원해주신 모든 팬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마지막으로 K리그에 대해 조언이나 해줄 말이 있을까요?
발렌티노스  : "딱 하나만 부탁드리고 싶어요. K리그 경기를 더 많이 보러 와주시면 좋겠어요. K리그는 꽤 저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K리그의 수준은 생각보다 정말 높습니다. 하지만, 한국 축구 팬의 응원과 지지가 없다면 K리그는 더 나아질 수 없어요. 더 높은 수준의 리그가 될 수도 없습니다. K리그는 정말 좋은 리그입니다. K리그 경기를 많이 찾아주시고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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